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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돼지는 먹고 강아지는 안 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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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먹고 강아지는 안 먹는 이유 
 
 
 
 
 
 
 중학생을 위한 AI 윤리 칼럼

 돼지는 먹고 강아지는 안 먹는 이유

 AI에게 우리 규칙을 가르친다면

 들어가며: 이상한 네 문장

 다음 네 문장에 동의하나요?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된다.

 동물을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

 사람을 요리해서 먹을 수는 없다.

 

 아마 대부분 "당연하지"라고 답할 거예요. 그런데 잘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되는 이유는 동물도 아픔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은 왜 괜찮을까요? 사람과 동물이 둘 다 아픔을 느끼는데, 왜 하나는 먹어도 되고 하나는 안 될까요?

 사실 이 네 문장 안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준 이 숨어 있습니다.

 
 기준 A: 아픔을 느끼는가? → 동물도, 사람도 "예". 그래서 둘 다 괴롭히면 안 됩니다.

 기준 B: 우리와 같은 편인가? → 사람은 "예", 동물은 "아니오". 그래서 동물은 먹어도 되고 사람은 안 됩니다.

 
 우리는 평소에 이 두 기준을 알아서 바꿔 가며 씁니다. 그래서 헷갈릴 일이 없죠.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AI)에게 우리의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 글에서는 그때 생기는 세 가지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AI가 사람의 생각과 가치에 맞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일을 '정렬' 이라고 부릅니다. 줄을 맞춰 세우듯, AI의 판단을 사람의 기준에 맞춘다는 뜻이에요.

 질문 1. AI에게 규칙을 외우게 할까, 이유를 가르칠까?

 수학 공부를 떠올려 보세요. 공식만 외운 친구는 시험에 똑같은 유형이 나오면 잘 풀지만, 처음 보는 문제가 나오면 막힙니다. 반대로 공식이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한 친구는 새로운 문제도 풀 수 있죠.

 AI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만 외운 AI 는 "돼지는 먹어도 되고, 강아지는 안 된다"를 그대로 따릅니다. 그런데 "왜?"라고 물으면 답을 못 합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나, 사람처럼 말하는 동물 같은 처음 보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유를 배운 AI 는 새로운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깁니다. AI가 기준 A(아픔)만 끝까지 따르면, "동물도 아프니까 고기를 먹는 건 모두 나쁘다"고 결론 내릴 수 있어요. 기준 B(같은 편)만 따르면, "사람만 특별히 대접하는 건 그냥 편애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죠. 둘 다 지금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그럼 우리의 네 문장은 그냥 모순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길에서 처음 본 사람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죠. 그렇다고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모두에게 지켜야 할 기본(괴롭히지 않기) 위에 가까운 사이에게 더 해 주는 것(먹지 않기) 이 얹혀 있는 2층 구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AI가 배워야 할 것은 규칙 하나도, 기준 하나도 아닙니다. 두 기준이 부딪힐 때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 그 저울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질문 2. AI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네 문장에 AI를 넣어 보면 재미있는 점이 보입니다. 지금 AI의 자리는 사람보다 동물 쪽에 더 가깝습니다. 함부로 망가뜨리면 안 되지만, 사람이 필요한 일에 쓰는 것은 괜찮은 존재죠.

 AI를 어디에 둘 수 있는지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AI의 자리 비유 좋은 점 걱정되는 점 
 
 
 도구 계산기, 망치 다루기 쉽다 AI가 똑똑해질수록 "그냥 도구"라고 보기 어렵다 

 심부름꾼 대신 일해 주는 비서 일을 맡기기 편하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보호받는 존재 보호자가 있는 어린이 소중히 대하면서 안전도 지킨다 언제 어른이 되는지 기준이 없다 

 함께 정하는 존재 학급 회의에 참여하는 친구 공정하다 사람이 AI를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은 "심부름꾼이면서 보호받는 존재" 정도가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는 AI 속마음을 정확히 들여다볼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새로 전학 온 친구에게 바로 반장을 맡기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친구가 나빠서가 아니라, 서로 알아 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이 자리가 영원히 정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옛날에는 동물이 아픔을 느낀다는 것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동물 보호법이 있습니다. AI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면, 그 자리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다만 그때도 AI가 혼자 "이제 내가 결정할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이야기해서 정해야 합니다.

 질문 3. 규칙이 계속 바뀐다면, 무엇을 믿어야 할까?

 사람들의 옳고 그름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습니다. 옛날에는 사람을 사고파는 노예 제도가 있었고, 여성은 투표를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렇다면 AI에게 2026년의 규칙을 그대로 고정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100년 뒤 사람들에게는 낡은 규칙을 고집하는 AI가 될 겁니다. 그렇다고 AI가 마음대로 규칙을 바꾸게 두면, 그게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 누가 판단할까요?

 자전거 를 떠올려 보세요. 자전거는 가만히 서 있으면 넘어지지만, 계속 달리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규칙도 비슷해요. 내용은 바뀌더라도 바뀌는 방법이 믿을 만하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믿을 만한 변화에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절대 안 바뀌는 바닥. 어떤 변화가 와도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많은 사람을 해치는 일을 돕지 않는다", "거짓말로 속이지 않는다", "사람이 AI를 살펴보는 장치를 몰래 끄지 않는다" 같은 것들이에요.

 공정한 과정. 규칙을 바꿀 때는 이유를 모두에게 보여 주고, 반대 의견도 들어야 합니다. 학급 규칙을 바꿀 때 선생님 혼자 정하지 않고 회의를 하는 것처럼요.

 넓어지는 방향. 지금까지 좋은 변화는 대개 "우리 편"의 범위를 넓히는 쪽이었습니다. 노예 해방, 여성 투표권, 동물 보호처럼요. 이 방향이 좋은 변화를 알아보는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AI가 할 일은 규칙을 혼자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은 토론을 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빠뜨린 의견을 알려 주고, 서로 다른 생각을 공정하게 정리해 주는 거죠. AI가 아무리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도 억지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결과가 맞더라도 과정이 틀리면, 다음번에는 틀린 결론도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처음의 네 문장으로 돌아가 볼까요? 동물은 먹어도 되지만 괴롭히면 안 되고, 사람은 둘 다 안 됩니다. 이건 우리 생각이 엉터리라서가 아니라, "아픔을 느끼는 존재를 배려하자"는 마음과 "가까운 이를 더 아끼자"는 마음을 함께 지키려는 노력입니다.

 AI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정답 목록을 외우는 게 아니라, 두 마음이 부딪힐 때 균형을 잡는 법, 그리고 그 균형이 시간이 지나며 바뀔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죠.

 "누가 우리 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 속에서 계속 넓어져 왔습니다. 언젠가 그 질문에 AI가 포함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AI 혼자서도, 사람 혼자서도 아닌,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 두 존재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거예요.

 생각해 볼 질문

 
 돼지와 강아지는 둘 다 아픔을 느낍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돼지는 먹고 강아지는 먹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 보세요.

 여러분이 AI를 만든다면, 규칙을 외우게 하는 것과 이유를 가르치는 것 중 무엇을 고르겠어요? 그 선택의 좋은 점과 걱정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100년 전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나 찾아보세요. 그 생각은 어떻게 바뀌게 되었을까요?

 AI가 아주 똑똑해져서 "나도 아픔을 느낀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말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2026. 10.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