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스와 금융시스템의 체계적 붕괴에 대해

한때 은행강도는 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갔다. 이제 그는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어쩌면 커피를 마신다. 우리는 아직도 사이버 공격을 영화 속 검은 후드와 초록색 코드 비처럼 상상하지만, 실제 미래는 훨씬 사무적이고 자동화된 얼굴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날의 AI는 해커에게 단지 더 똑똑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잠들지 않고, 피곤해하지 않으며, 수천 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읽고 비교하고 실험하는 “복제 가능한 노동력”에 가깝다. 이건 은행강도가 총을 든 수준이 아니다. 은행강도에게 엑셀 매크로와 복사기, 그리고 야근 없는 체력이 생긴 것이다. 최근 앤트로픽 공식 사이트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자사 최신 모델이 대규모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는 인간 보안 연구자들이 몇 달 동안 찾아내던 결함들을 AI가 짧은 시간 안에 대량 탐지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취약점 발견 속도가 패치 속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경고를 내놓은 기업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앤트로픽은 내부 시스템 침해와 관련된 보안 논란에 휘말렸고, 일부 개발 관련 자료와 소스코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완벽한 성벽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기업조차, 결국 인간 조직과 연결된 이상 취약성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AI 보안 경쟁의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가장 강한 방패를 만드는 기업일수록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공격 목표가 된다. 그리고 이 장면은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금융시스템의 철학적 기반과 연결된다. 금융은 결국 “신뢰의 속도” 위에서 작동한다. 우리는 ATM 안의 현금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의 숫자를 믿는다. 국제 송금도, 카드 승인도, 증권 결제도 결국은 “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할 것”이라는 집단적 믿음 위에 세워져 있다. 따라서 미래의 금융위기는 반드시 부실 대출이나 금리 폭등에서만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어느 평범한 화요일 새벽, 몇몇 은행의 인증 서버가 동시에 이상 동작을 일으키는 순간 시작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단순 장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접속 안 된다”는 글이 퍼지고, 송금 지연 캡처 화면이 올라오고, 한두 개의 내부 문건이 유출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융 시스템은 실제보다 신뢰가 먼저 무너진다. 1930년대의 뱅크런은 사람들이 은행 앞에 줄을 서는 형태였다. 2030년대의 뱅크런은 조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줄을 서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해외 계좌로 자금을 옮기고, 클릭 한 번으로 유동성을 탈출시킨다. 군중은 사라지지만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우리는 흔히 AI를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기술로 설명한다. 그러나 금융과 보안의 세계에서 AI의 진짜 위험은 “지능”보다 “규모”에 있다. 인간 해커 한 명은 하루에 몇 개의 시스템만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수만 개의 취약점을 동시에 탐색하고, 공격 코드를 변형하고, 가장 약한 고리를 자동 선택한다. 그 순간 사이버 공격은 범죄라기보다 산업 공정에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종말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기술은 언제나 공격과 방어를 함께 진화시켜 왔다. 금고가 발전하면 드릴도 발전했고, 백신이 생기면 바이러스도 변이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기관들은 이미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실시간 네트워크 방어, 자동 패치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균형의 속도다. 지금 우리는 “발견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AI는 인간 사회가 숨겨놓은 균열을 너무 빠르게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들 것이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사회의 균열을 수리할 수 있느냐가 될지도 모른다. 총을 든 은행강도는 경보음이라도 울렸다. 그러나 AI 시대의 침입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 제주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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