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한밤중 하늘을 가로지르는 박쥐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현대 철학과 인지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질문 중 하나다. 1974년 철학자 Thomas Nagel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What Is It Like to Be a Bat?)」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인간이 다른 존재의 주관적 경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는 박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박쥐의 뇌 구조를 연구할 수 있고, 감각기관을 분석할 수 있으며, 유전체까지 해독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박쥐가 경험하는 세계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상상해보면 박쥐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와 매우 다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주로 시각에 의존한다. 우리는 빛을 통해 사물의 형태와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나 박쥐는 다르다. 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하고 되돌아오는 반향을 분석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이를 반향정위(echolocation)라고 한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박쥐는 소리만으로 앞에 벽이 있는지, 곤충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는지, 나뭇가지의 굵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한다. 인간에게는 완전한 어둠이지만, 박쥐에게는 입체적인 음향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박쥐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면 세상은 빛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소리의 반사로 이루어진 공간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마치 우주 전체가 거대한 메아리의 지도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시간의 감각 또한 다를 가능성이 있다. 박쥐는 초당 수십 번에서 수백 번에 이르는 반향 정보를 처리한다. 인간이 초당 24장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며 영화를 감상한다면, 박쥐는 훨씬 더 높은 정보 처리 속도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 눈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곤충이 박쥐에게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인간이 스포츠 경기의 슬로모션 장면을 보듯이, 박쥐는 세상을 더 세밀한 시간 해상도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공간에 대한 감각 역시 다르다. 인간은 땅 위를 걷는다. 하지만 박쥐에게는 공중이 일상적인 생활 공간이다. 우리는 비행을 특별한 경험으로 여기지만 박쥐에게는 날아다니는 것이 걷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게다가 박쥐는 거꾸로 매달려 휴식한다. 어쩌면 박쥐의 입장에서 인간은 중력에 눌려 땅에 붙어 다니는 이상한 생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일부 박쥐는 뛰어난 후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만약 박쥐가 자기장을 감각할 수 있다면 인간이 GPS 없이 길을 잃는 상황에서도 박쥐는 지구 자체를 거대한 지도처럼 느끼며 방향을 찾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겔이 던진 질문의 핵심은 이러한 과학적 설명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가 박쥐의 뇌 구조와 신경 회로를 모두 이해하더라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박쥐가 느끼는 ‘그 느낌 자체’이다. 우리는 반향정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주파수의 초음파를 사용하는지 측정할 수 있고, 뇌가 반사 신호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빨간색을 보는 느낌과 비슷할까? 음악을 듣는 느낌과 비슷할까? 아니면 인간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감각일까? 과학은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지만, 경험의 질감 자체를 완전히 전달하지는 못한다. 결국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은 박쥐에 관한 질문인 동시에 의식에 관한 질문이다. 다른 존재가 경험하는 세계를 우리는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인간의 뇌가 아닌 다른 뇌 속에서는 어떤 우주가 펼쳐지고 있는가? 오늘날 인공지능과 뇌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러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연구할 수 있지만, 경험 그 자체의 본질은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 어쩌면 박쥐가 된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니라 소리로 만져지는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세계는 인간이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우주일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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